라디오 팟캐스트 - 라디오 좌파명리 시즌4

[사연 접수] 병신일주 사연신청합니다!

바람나무숲 | 2020.11.17 23:04 | 1,232

안녕하세요, 처음 라좌명이 시작할 때부터 병신일주 사연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병신일주는 정말 병화답지 못한 걸까요? 60갑자 대장정이 끝나가는데 병신일주들은 다들 어디에 계신 건지.. 결국 고민 끝에 직접 사연을 남겨봅니다.
 

1. 프로필

- 바람나무숲 / 여자 / 1981.01.18. 오후 3시40분 (양력) / 프로그래머

- 남친 / 남자 / 1982.06.20 오전 2시35분 (양력) / 프로그래머

- 아버지 / 남자 / 1952.07.24 저녁 (음력)

- 어머니 / 여자 / 1956.03.24 아침 먹을 때 (음력)
 

2. 성향(취향, 가치관, 성격 등)

 저는 꽤 긍정적인 사람이고, 뭔가를 성취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공감능력이 너무 지나쳐서 매일 보는 뉴스에도 한번은 꼭 눈물을 흘립니다. 심지어 예능을 보다가도 웁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체력과 끈기가 뒷받침되지 못해서 습관 관련 책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또 읽고, 습관을 만들어 좀 쉽게 해결해보려는 사람입니다. 즉, 요령이 인생의 최애템입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소위 말하는 ‘노가다 코딩’으로 머릿속에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들을 손을 열심히 놀려서 만들고 지우고를 반복했다면, 현재는 모든 것을 머리로만 그려본 다음 코딩하는 것을 즐깁니다. 가끔 며칠 고민할 일을 두어시간만에 해결할 때는 너무 짜릿해서 ‘나 천잰가봐..’ 할 때도 있습니다. 어릴 때는 개발자라서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도 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쉽게 직업을 선택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남1녀중 장녀로 경제관념 부족한 엄마와 남동생을 대신해 사회초년생부터 작년까지 오랫동안 대출을 갚아주는 착한 딸 노릇을 했습니다. ‘작년까지’라는 기한이 정해진 것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경제활동중이신 아버지의 모든 것들이 남동생으로만 쏠려 있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실하게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땐 그저 사랑받고 싶던 여자아이였는데, 부모의 사랑이 내가 어떻게 노력해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2순위라는 것은 사십대로 들어섰음에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저를 만든 인생의 큰 굴곡, 이혼이 있었습니다. 애정결핍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언제나 저를 괴롭히지만, 1년 365일 중 3일 정도만 우울할 뿐 대부분의 저는 명랑소녀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혼 6개월만에 이혼을 하게 되면서 2년 넘게 우울의 그늘을 못 벗어났고, 서울에서 혼자 지내다 2년전부터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조금은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한 몸 건사할 정도의 능력은 충분하다는 자신감 때문에 그런 고민 따위는 해본 적 없이 코엘료가 말하는 ‘자아의 신화’를 찾는 것이 인생의 과제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인생은 진흙탕이다’, ‘죽을만큼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고통보다 더한 것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과거이력

- 어린시절. 무자-정해대운.

 엄마는 동생만 좋아해서 울고, 아빠의 가정폭력 때문에 울고, 그렇게 수도 없이 밤마다 울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차별은 아빠가 더 심했는데, 술을 드시고 엄마랑 다투실 때이외에는 늘 다정하셨기에 아빠와 함께하는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 대학교 입학. 정해대운 기묘년.

서울로 진학하고 싶은 마음을 고등학교 내내 품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한마디에 집에서 10분거리인 국립대에 특차로 진학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근처 사는 고모의 둘째 딸, 저에게는 사촌언니의 대학등록금을 주셨더군요. 내가 장남이었으면, 남동생이었다면, 당연히 서울로 보내셨을거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커다란 응어리로 남아있습니다. (서른이 넘어 이 사실을 알았기에 이 당시에는 소녀가장 컨셉을 잡고, 근로장학생까지 합니다.)

- 첫 직장 IT 개발부 입사. 병술대운 갑신년.

 남자동기와 연봉 차별도 모자라 승진이 2년 늦다는 사실에 1년 넘게 술자리마다 울며불며 고쳐달라고 부장님, 이사님께 매달리다가 5년을 채우고 퇴사합니다. 우수사원 등 상으로 달래주셨지만 승진은 결국 안됐습니다. 무자년 퇴사결정, 기축년 퇴사.

- 무작정 호주 입국. 병술대운 기축년.

 퇴사 후 서울에서 국비지원 호주 IT취업과정(그 당시에는 이런 과정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을 듣다 사기로 밝혀졌지만, 반에서 마음 맞는 10여명과 함께 아무것도 없이 호주로 떠납니다.

- 호주 IT 회사 입사. 병술대운 경인년.

 3-4개월 정도 낮에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밤에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입사지원서를 보내는 생활을 합니다. 매일이 너무 설레는 하루였습니다. 서른이 되어도 이런 모험 아닌 모험을 할 수 있다니! 영어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았음에도 말수가 너무 많던 사장님과 인터뷰 후 6개월 인턴을 조건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하게 됩니다. 수습기간은 3개월이 채 안되어 끝났지만, 당연히 들통난 영어실력덕에 매니저가 아닌 프로그래머로 그 해에 정식 계약합니다. 외국인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끊임없이 싸워 얻어야 했던 것들이 당연하게 주어졌습니다. 첫해 연봉이 6,700만원, 이듬해는 7,300만원을 받게 됩니다.

- 다니던 교회에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병술대운 임진년.

-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 병술대운 계사년.

- 이혼, 입사. 을유대운 갑오년.

 이혼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삶의 방식이었기에 끝까지 함께 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마마보이였던 그 남자는 결국 아내가 아닌 어머니를 택했습니다. 다른 모든 일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저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혼 후 다시 호주로 나갈 계획이었지만 이혼 후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됩니다. 같은 해 IT 프리랜서로 서울에 있는 회사에 입사합니다.

- 대학원 진학, 입사. 을유대운 무술년.

 뭔가를 배워보고 싶은 열망을 이기지 못하고 정유년에 퇴사 후 다음 해 빅데이터 관련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공공기관, 전산직 공무원도 기웃거렸지만, 지금까지 쌓은 경력을 두고 처음부터 시작하려니 연봉이 너무 작아서 그만둡니다. 2학기가 끝날 무렵, 지방에도 서울과 비슷한 연봉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고향으로 내려와 IT 프리랜서로 입사합니다.

- 현재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합니다. 을유대운 경자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남자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혼 후 남자가 말만 걸어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거부감이 심했었는데, 남자에게 다시 설레임을 느끼게 해준 사람입니다. 가끔 미운 말을 해도 받아주는 착한 남자입니다.
 

4. 질문

1) 이혼 후 싱글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왔는데, 예기치 않게 남친이 생겼네요. 결혼, 육아 등 늦은 나이에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경력단절 등으로 커리어 관리가 안될까 걱정입니다. 저는 끈기가 몹시 부족한데 그럼에도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조금만 쉽게(제발요) 커리어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래 라좌명 어플에서 신약이던 것이 철공소 홈피 만세력으로는 극신약이되었습니다ㅠ 강헌쌤처럼 막 살아야하는건가요?)

2) 제가 내린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결론은, 죄책감이 들지 않을 만큼만 자식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는 하겠다입니다. 글자수를 맞추느라 다 쓰진 못했지만 몇 번의 큰 사건들도 있었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어떻게 지내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을까요?
 

3) 착하고 다정한 남친은 갑술일주=호모루덴스라는 공식을 매일매일 확인해주는 사람입니다. 저는 일단 움직이는 타입이라 가끔 저만 동동거릴 때가 있어 폭발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잘 지낼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월지 원진은 괜찮겠죠? 남친은 관이 없는데 자식이 꼭 필요할까요? 입양은 어떨까요?
 

생각하는나무2020.11.19 08:50

님도 무인성 사주시네요.. 저도 무인성 병신일주입니다. 애정욕구가 크다는걸 최근들어 깨달았지요. 닉네임보고 웃음이 났습니다. 님도 저도 무인성이서일까요.. 닉네임이 나무네요..ㅎㅎ 저는 이 닉네임을 거의 30년가량 써왔네요.또다른 닉네임은 바람처럼도 있었답니다.ㅎㅎㅎ. 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바람나무숲2020.11.19 23:05

ㅎ처음 라좌명 어플로 제 명식을 입력해보고  지장간에도 목이 하나도 없다는게 어찌나 서글프던지요ㅠ 애정결핍과 평생을 싸워온 사람에게 무인성이라니!
생각하는나무님도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