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팟캐스트 - 라디오 좌파명리 시즌4

[사연 접수] 무인일주 여성 사연접수합니다 (질문수정했어요!)

수부지(수분부족지성) | 2020.11.06 01:05 | 1,477
1.수부지(수분부족지성) / 여성 / 1989년 3월 19일 16시 30분 / 예술인 및 프리랜서

2. 
           
큰 땅, 큰 나무. 일주에 박힌 글자처럼 장대한 기골 덕에 운동 했냐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중학교 땐 체육 선생님께 유도부 제안 받기도 하고, 학기 초엔 피구 주전으로 늘 뽑혔습니다. 그러나 고교 체육 성적 9등급으로, 저는 기름칠 안된 고철 덩어리입니다. 평소보다 숨이 차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달리기나 순발력, 민첩성이 요구되는 구기운동, 자전거나 차 운전도 못합니다. 외강내유, 투박하고 활달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털을 곧추 세워 경계하는 고양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게 다 제 원국에 재성인 수()가 안 박혀 있어서 일까요? 상호작용과 관계가 바탕이 되는 운동, 연애, 영어 회화, 가격 흥정, 기획 등은 저에게 쥐약입니다. ‘나는 무조건 일주일에 최대 이틀만 사람 만나고, 5일 이상은 혼자 시간을 보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는 내 에너지를 모두 쥐어짜내는데, 상대방의 컨디션 변화, 중간중간 빈 오디오,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내 에너지로 메워야만 합니다. 톤이 올라간 말과 리액션으로 분위기는 만들었지만, 돌아서면 내 머리털을 쥐어 뜯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만난 뒤엔 심장이 붕 뜬 느낌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서 소규모 만남을 좋아하고, 만나던 사람만 만납니다. 그러나 어떤 역할을 뽑거나 수행해야 할 때 눈치게임을 견디지 못해 손을 들어 자원하는 편입니다. 일에 있어서는 적당히 뭉개며 끌려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의견을 내면서 인정 받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합니다. 얼굴마담이 되는 리더보다는 2인자나 보좌역할을 자처하면서도, 내 머리 위에 누가 있는 걸 싫어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합니다.

           이런 저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건 손으로 하는 일이나, 산책, 새로운 풍경을 보는 여행입니다. 요리나 만들기, 그리기 등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원국에 역마가 3개 있어서 인지 산책할 때는 2~3시간을 걷다가도, 평소에는 작업실에 갇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너무 좋아하고, 그림까지 잘 그려지면 우울할 일도 외로울 일도 없습니다.

           약골 오빠와 늦둥이 남동생 사이에 끼여, 어떻게든 엄마의 애정을 빼앗으려고 악쓰며 자라서인지, 주체적이지만 시선이 삐딱한 편입니다. 변덕이 심하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싫어하고, 아무리 애정이 담겨도 잔소리는 질색입니다. 김장 때문에 서울에서 6시간 걸려 집에 내려갔다가 평소 불편한 외숙모의 잔소리에, 김장 거부를 선언하고 1년간 엄마 김치를 끊기도 했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내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싫은 일은 남도 싫어할 걸 알기에 웬만한 일은 혼자서 척척 해결하는 편입니다. 또한 둘째들이 탑재한 눈치구단 습성으로 사람들의 특성을 빨리 이해하고, 쓸데없이 기억력도 좋은 편입니다.

3,

<무진대운>

           6-7살이던 갑술, 을해년에 친인척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7살, 죽음을 생각하거나, 자살하려 과도를 방에 가져와 품고 있다거나, 무덤을 반복적으로 그렸습니다. 성추행과 연결 짓지 않고 생각하면, 동생을 임신한 엄마의 애정에 소외감을 느낀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저를 똑 닮은 계사일주 동생이 태어난 후 그런 행동은 사라졌고, 동생 바보가 됩니다. 일 때문에 며칠씩 집을 비우시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돌볼 필요가 없어진 중학생이 된 임오년, 성적이 30등 뛰면서 앞자리가 되었습니다. 지방학교라 가능했지만, 벼락치기로 성적을 유지하고 책 3장 읽고 쓴 독후감이 최우수상으로 학교 대표가 되는 등 중학생 내내 해마다 20장이 넘는 상장을 받았습니다. 다만 노력에 비해 늘 좋은 결과를 얻어 언젠가는 된통 당하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사대운>

           15살 계미년부터는 혼자 그리던 그림을 내 인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협박)이 시작되는데요. 1차 가출협박으로 중3 올라가는 겨울방학 동안 대도시의 친척집에 머물며 화실에 다녔고, 17살 을유년에는 장학금을 받고 집을 떠나 타 지역에 있는 학교에 입학했지만, 1학년 말 2차 자퇴협박으로 미술입시를 하게 됩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열심히 했지만 정해년 준비했던 모든 입시에 떨어졌고, 장학생으로 다니라는 원장 선생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추가 모집한 다른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실패와 그간의 입시과정이 힘들었습니다.

           21살 기축년, 장학금을 포기하고 다시 미술입시를 준비했는데, 집안 사정이 나아지면 도와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우리 집은 안 나아진다’라며 공기업 알바로 학원비를 댔습니다. 입시 중반부터는 엄마의 도움으로 입시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원하던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24살 임진년, 학교를 휴학했고 미국으로 첫 해외여행을 했습니다. 가겠다는 제 의지에 엄마는 먼 친척까지 찾아내 저를 부탁했는데, 3달간 체류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인지 여행 내내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해 이틀에 한번은 쉬어야 했습니다.

 

<병오대운>

           27살 을미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동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병오대운이 되며 주변에서 도와주는 기운이 많아져 안정을 찾아가면서 대학 생활 내내 예민하고 구겨져 있던 인상이 을미년 후반부터는 펴졌습니다. 28살 병신년에는 크게 체중을 감량하면서 아가리 다이어터에서 탈출했고, 학교 지원으로 외국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교수님 배려로 외부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29살 무술년, 처음으로 그림을 팔아 여행하는 것으로 해를 시작했고, 무오월에는 학교 작업실 근처로 마실 나오신 회장님이 그림을 사셨고, 전시로 수익을 얻고, 지방으로 레지던시를 가기도 했습니다. 기해년 상반기에 졸업하고 친구와 함께 한달 간 유럽 여행을 했고, 하반기에는 학원 일을 병행하며 첫 개인전을 준비했습니다. 갑술월 개인전 직전에 계단에서 굴러 목발을 짚고, 평일 내내 학원 일과 새벽까지 그림 그리는 알바, 주말엔 전시장 손님맞이로 정신 없었지만, 쓸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이었습니다. 경자년 전세대출을 받아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하면서 일이 없어도 상반기 코로나를 버텼고, 5월 중순부터는 일을 하면서도 거의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4. 질문
-미국 여행에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먼 친척 할배의 성추행 때문이었는데요. 기골이 장대해서인지 비슷한 또래 이성에겐 인기가 별로 없는데, 한번씩 할배들이 선을 훅 넘습니다. 운동하다가 어떤 할배가 필요한 거 사주겠다고 접근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 사주신 회장님의 선의에도 늘 경계하게 되더라구요. 월지 도화는 윗 사람에게 예쁨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 영향인가요? 


-사주가 관다신약이면 주변을 많이 살펴 자존감이 낮고, 인다신약이면 준비과정이 길다는데, 과연 제가 그렇습니다. 시작은 창대한데 재성이 없고 신약해서인지 끝이 미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도 길게 다녔는데, 학교에 있는 게 좋았을 뿐 바로 따라오는 결실은 없습니다. 저는 목표가 확실하고 답이 보이는 걸 좋아하는 데, 제가 있는 세계는 너무 추상적이네요. 문득 이 세계가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제가 작가로 명예나 재물을 취할 수 있을까요?


-제가 무인일주인 걸 알고 가장 걱정된 것은 같은 일주로 언급되는 두 전 대통령 때문이었습니다. 탄핵 당하신 한 분은 무인일주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쨌든 두 분 다 만인의 연인지만, 본인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잘 지내면서도 한번씩 이렇게 지내다 나중에 고독사하는 건 아닌가 괜히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만인의 연인이기보다는 말년이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요. 이번 생에 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요?

규륵2020.11.19 12:43

의견을 내면서 인정 받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합니다. 얼굴마담이 되는 리더보다는 2인자나 보좌역할을 자처하면서도, 내 머리 위에 누가 있는 걸 싫어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합니다.
>>>> 이 부분 엄청 공감되서 웃음이 나요 ㅋㅋㅋㅋ (무인일주)

해월2020.11.07 08:39

저에게 무인 일주 여동생이 있는데, 비슷한 면들이 많아서 신기하네요.
제 동생도 겉보기엔 튼튼해보이는데 이상하게 몸 여기저기가 부실합니다. 인목 편관이 고립이라 그런줄 알았는데 일주의 특성인 걸까요?ㅎ둘째라는 점도 그렇고요. 신강하다보니 엄마의 도움은 별로 없었어요. 수부지님은 그래도 지장간에 임수가 있으시네요^^ 제 동생은 지장간에도 깔끔하게 수가 없어요ㅎㅎㅎ그래서 수면시간이 적어서 인지 예민보스랍니다. 해자축 들어온 세운에서는 진짜!! 많이 좋아졌어요. 살 빠져서인지 요새 아주 날라다니고 여기저기 산책 2-3시간 다니고ㅋㅋ새로운 길 탐험 좋아하고ㅋ수부지님과 차이도 분명 있는데 공통점도 많이 보여요.

수부지(수분부족지성)2020.11.08 20:29

몇년 째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사주는 과학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명리를 잘 몰라서, 제 원국에 검은색 동그라미 수 합화 되는 게 뭔지 몰랐는데, 임수였군요 ㅎㅎ 전 계속 건강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작년부터 발목 인대가 다치더니 올해도 2번이나 같은 자리가 다치더라구요. 다행이 저는 신생아의 덕목인 잘 먹고, 잘 자고, 잘 쌉니다 ㅎㅎ 경자년에 코로나가 겹치면서 살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지만 ㅎㅎ 인터넷에서 무인일주 특성을 보면 다 제 이야기 같던데, 아마 무인일주의 특성도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