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팟캐스트 - 라디오 좌파명리 시즌4

[사연 접수] 갑오일주 사연 접수합니다

쓰쓰 | 2020.11.01 16:30 | 1,507

1.

쓰쓰 / / 양력 89.06.03 23? / 영화감독지망생

 

2.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32세 남자입니다. 사주는 기사년 기사월 갑오일 20~23시 생. 생시가 좀 이상하죠. 어머니는 저를 오후 8시에 낳았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제가 발견한 노트에는 23시로 적혀있더라고요.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몇년간은 어머니에게 말도 꺼내지 못했죠. 그땐 사주에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결국 노트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그 노트를 봤던 게 맞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네요.

계유, 갑술, 을해 중 어떤 것이 제 생시일지 고민해보았는데...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역시 을해시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낳으셨을 때 아버지가 밥을 먹으러 가고 없어서 매우 실망했다고 하셨거든요. 부산남자들은 다 그렇게 무식하다고. 그렇지만 제 생각에 아버지가 아무리 무심하셔도 아이를 낳고 있는 아내를 두고 밥시간 됐으니 칼 같이 식사하러 가셨을까요? 아버지 말씀으로는 제가 나오는 게 늦어지자 외할머니가 밥이라도 먹고 오라고 당신 사위를 보낸 사이에 제가 나왔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저와 같은 갑오일주십니다. 미년에 기축월이시던가... 하여튼 정재가 많으셔서 그런지 평생 월급쟁이로 대기업에서 점차 중소기업으로 옮겨가시며 정년 65세를 만기로 채우셨습니다. 가정에는 충실하셨고... 할아버지(임인일주)가 이북에서 오셨는데 어렸을 때 할머니(병진일주)와 사이가 안 좋으셔서 나가사셨던 걸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자식들에게는 정말 나쁜 일 하신 게 없습니다. 가끔 참고 참다 나온 말도 저희에게 상처되는 말씀은 하신 적이 없으세요, 정말로.

엄마는 신축일주이고 하나 있는 누나는 무신일주입니다. 엄마는 맨날 누나가 아버지 같다고 많이 혼을 냈어요. 누나가 골목대장이었거든요. 엄마는 딸인 누나보다 저와 정서적으로 많이 밀착된 관계였습니다. 나중에 매형 말로는 누나가 많이 섭섭해했대요. 그치만 저도 엄마와의 관계가 사춘기 지나면서 10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어요. 모든 가까운 관계가 그렇듯... 이제는 그것도 다 지나간 일이 되었네요. 지금은 많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엄마의 건강은 많이 안 좋아졌지만 말입니다.

저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큰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동시에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너무 객관적으로, 혹은 쪼잔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어떤 거대한 인류애(?) 같은 것이 가슴 속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데,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실망을 안겨준달까요. 그런 점이 아버지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큰 걸음으로 걸어가는 타입이지만 겁이 많다보니 몇 번 깨져보고 난 후로는 조심성이 아주 많아졌어요. 그래도 아직 많이 덜렁대지만.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 것도 잘 안 하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도서관에 발을 들인 이후로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일이 종종 즐거웠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그렇게 치밀하지는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편하게 갑니다. 그러나 세상이 절대 만만하진 않죠. 일단 몇 수를 둬보고 나서 상대가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저도 그에 맞는 수를 둡니다. 긴장하죠. 그런 판도 그런대로 잘 둡니다. 그렇지만 상대도 저처럼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이 들면 금방 설렁설렁 두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일류가 되기 위한 엄격함 같은 걸 갖지 못해 리더십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상대에 따라서 내가 바뀌는 정도가 너무 크달까요. 남에 의해 속박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더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관된 모습이어야하는데.

지금 연애중인 여자친구는 시주와 월주만 세종대왕님과 반대인 임진일주인데요. 여덟살 연하입니다. 연애 초기부터 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재미삼아 사주 얘기를 듣는 건 아주 좋아하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채널을 들을 리는 없겠죠. 사귄지 2달만에 저한테 욕을 했습니다. X새끼라고... 그 이후로도 종종 제게 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무섭다기보다는 좀 황당해서 아는 영화 선생님께 상담도 드려봤지만 역시 매번 제가 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그랬을 거에요.) 사람은 고쳐쓰는 거라고 말하며 1년째 열심히 좋은 남친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제가 재다신약인데 여자친구는 관다신약입니다. (여자친구 사주는 정축년 갑진월 임진일 을사 또는 병오시.) 아는 건 없지만 여자친구 사주를 보고있으면 이 친구 삶이 참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꼭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이 세 개이고 괴강과 백호살이 중중... 제가 감당할 수 있겠죠...? 그치만 고집이 워낙 세서... 여친님이 물이시니 나무인 제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편이었고 항상 남들보다 한 발 늦게 뛰어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공부도 늦게 시작했고 전공도 늦게 시작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5살 터울의 누나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재수, 천문학, 건축... 그리고 지금은 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 출신은 아니고 수도권에 산에 둘러싸인 작은 신도시 출신이에요.

 

3.

(대운이 모 만세력 사이트(goodxxxxx.com)와는 10년 차이나게 나오네요. 철공소 만세력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근데 이유가 뭘지...?)

- 무진 대운 -

정말 어렸을 때는 기억이 안나고요. 계유(93)년쯤 경상도에 살았습니다.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항상 우울했네요. 그래도 엄마 품은 따뜻했던 게 기억나서 다행입니다.

- 정묘 대운 -

돌아보니 학창시절은 정말 무난했습니다. 진짜 방황은 대학생 때 찾아왔으니까요. 가끔 일탈을 하긴했지만 항상 선 넘는 걸 두려워했어요. 무술(08)년에는 산속에 갇혀서 재수를 했습니다.

- 병인 대운 -

드디어 21.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어렸을 적 깔끔떠는 성격에 여러 가지 컴플렉스가 겹쳐서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했습니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속으로는 엄청 외롭고 괴로우면서도 손 내밀 줄을 몰랐달까요. 옛날 친구들이랑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나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 지금도 그런 제 모습 사랑하긴 합니다만.

기축, 경인년 모두 그렇게 지내다가 신묘 임진년에는 바다에서 군생활했습니다(해군). 군대에서 동갑내기 맞선임인 경인일주 친구가 생겼어요, 이 친구, 왜인지 모르겠는데 저 좋다고 자꾸 따라다녀서 까짓거 친구해주기로 합니다. 인생에 이런 친구들이 몇 명 있었죠. 그러다 무술년 말에 저 혼자 크게 화가 나서 연락을 끊어버렸네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지만 아직 연락 못하고 있습니다.

계사년에 제대하고 복학. 본격적인 서울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왤까요? 저는 저 스스로를 고행하는 구도자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이젠 다 흘려보내서 기억나지도 않지만 너무 맛있는 과자가 있으면 그 과자에 대한 식탐을 제어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마땅해서 어느날엔 과자 스무개를 사다놓고 죽기 직전까지 먹는 식... 담배는 줄담배로 한 자리에서 한 갑 정도 피워봤는데 밤에 머리 아파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술은 못 마십니다.

갑오년에 수년동안 계획했던 전과를 실패해서 크게 좌절했습니다. 전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직 신청도 못했는데 같은 학번의 다른 놈이 벌써 제 자리(TO)를 꿰찼더라고요. 쪽팔려서 집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학교도 못가고 돈도 없이 서울에서 혼자 시간만 보내는 저를 보다못해 엄마가 쌈지돈 챙겨주셔서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30일간 매일 20-40km 씩 걷는 보도여행하고 몸이 아작나서 남은 보름정도는 도시로 나가 요양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혼자 다녀서 유럽사람들 정말 많이 만났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 돌아와서도 그때가 너무 그리워서 매일 서울을 걷게 되었습니다.

복학하고 전공강의실 맨 뒤에 앉아 창밖만 내다보며 지내다가... 별 생각없이 넣은 필수교양수업에서 영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장이머우, 지아장커, 위대한 허우샤오시엔, 구로사와 아키라,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기타노 다케시... 수업이 끝나면 제일 먼저 강의실을 뛰쳐나가 매일 고시원 일대를 다섯시간(20km) 씩 쏘다니거나 방에 처박혀 영화를 봤습니다. 너무 부적응자처럼 읽힐 수 있는 것 같아 첨언하자면 맞습니다, 부적응자였던 게.

을미년 끝에 첫번째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방안에서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을 보다가 너무 외로워서 뛰쳐나와 발길 닿는 아무 데로나 들어갔더니 그녀가 있었습니다. 외국인이었는데 1년 좀 못 되게 만나다 헤어졌습니다. 4달쯤 같이 산 것 같습니다.

이별 후에 혼자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어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에서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물류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습니다. 주말에는 숙박업소 청소일을 했고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이런 작은 일만큼이라도 책임지고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때문에 졸업한 이후에도 한동안 일을 계속 했습니다.

정유년 본가로 돌아오니 엄마가 돌봐주셨습니다. ‘목표를 가지면 내 인생은 망가진다. 나는 내가 부서질 때까지 해버리니까.’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부서지는 걸 원하는 걸지도. 이런 생각 때문에 다시 인생에 목표를 갖고싶지 않았는데 나이 든 아들을 정성껏 보살펴주시는 엄마에게서 어떤 슬픔을 보았습니다. 다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력서를 넣고 작은 설계사무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하고 싶었던 전공의 일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셨습니다. 저도 기뻤고요. 완급조절, 대학 내내 그게 안됐는데 말단 인턴직원이 그런 게 뭐 중요할까요.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일 자체보다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이 배우는 6개월이었습니다. 어찌보면 혁명에 가까운. 대학교에서는 왜 이런 걸 배울 수 없었던 걸까?

일을 그만두고 생각했습니다. 여태껏 시도했던 것들마다 작게나마 성과를 냈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느낌은 없다.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걸까?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한 가지 일을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걸까?

- 을축대운 -

기해년 각본, 연출로 단편을 두 편 찍었습니다. 작업중 현 여자친구를 만나 얼결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경자년 영화학교에 조교로 1년간 취직하고 월급생활중 입니다. 얼마전 작년에 찍은 단편 하나가 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4. 간단 명료한 질문 3개까지

1) 일지 갑오, 연월주가 기사인데 기사일주에 가깝나요 갑오일주에 가깝나요?

2) 문창, 역마가 있는 연월주가 공망인데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3) 여자친구랑 궁합이 어떤가요? (사망)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이스턴샤인2020.11.05 20:00

안녕하세요~
시주가 을해라면 사해충으로 역마가 크게 활성화되어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공망은 해공되었을 것 같고 문창도 잘 쓰고 계신 것 같아요. 여자친구분 명식이 없어 명리적으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을 이루면 관이 생기고 갑목의 뿌리가 단단해지니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식상이 강하시니 학교에서 교육을 하시는 것도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 기대하겠습니다^^
사견이니 틀릴 수 있어 참고만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쓰쓰2020.11.06 11:04

그렇군요. 고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