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남다른 사주’ 이명박의 물 공사, 구원의 불 껐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19일 검찰은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은 전임 대통령 두 사람이 동시에 구속되는 두 번째 오욕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명식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명식은 남다르다. 명리적 이해가 거의 없는 이라도 여덟 개의 글자가 보여주는 오행의 구성만으로 통상적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간(天干)이라 일컫는 상단의 네 글자는 음금인 신(辛)과 양금인 경(庚)으로, 모두 금이다. 이렇게 하나의 오행의 기운이 네 개의 주를 관통하는 것을 사주일기(四柱一氣) 혹은 일기관통(一氣貫通)이라 불렀는데, 당연히 이 기운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안정적이든 모험적이든 일생을 통해 강렬하게 발현된다는 의미이다.


여덟 개 글자의 반이 한 오행을 차지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오행의 조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단의 네 글자, 이를 지지(地支)라고 하는데 이 네 글자가 놀랍게도 금을 제외한 네 개의 오행인 화, 수, 토, 목으로 이루어져 기적적으로 오행을 원국 안에 모두 갖추게 되었다.


천간은 인간의 운명에 작용하는 하늘의 기운을 의미하고, 지지는 땅의 기운을 상징한다. 굳이 내 식으로 풀이하자면 천간과 지지는 양원제 국회에서 상원과 하원의 역할이라고 보면 되겠다. 천간이 무의식, 의지, 욕망, 꿈의 지향을 드러내는 형이상학적인 지도라면 지지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갈등과 투쟁, 혹은 경쟁을 수행하는 행동의 지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둘은 분리되고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꿈이나 의지 같은 추상의 가치를 폄하하고 현실적 권력이나 금권을 숭상하는 사회 혹은 시대는 불길하다. 여기엔 성공한 자 혹은 승리한 자만이 정당화되는 약육강식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실적 수행 능력을 상실한 꿈 혹은 욕망 또한 무력하다. 그것들은 동력의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스스로의 늪 속에 침몰한다.


천간과 지지의 기운은 소통하고 순환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은 한 사회 전체로도 그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의 삶에서도 그러하다. 현실적 기복을 탐하는 세태 때문인지 명리학 내에서도 천간의 의미를 무시하고 지지의 기운으로만 판단하려는 경향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위험하다. 이는 음양오행의 본질에서 이탈한 속물적인 통변일 뿐이다.


이런 관점을 안고 다시 명식으로 돌아가 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명식의 핵심은 누가 보아도 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일간이 (오른쪽에서 순서대로 연주-월주-일주-시주이므로 일주의 천간을 일간, 지지를 일지라고 한다) 음금인 신금인데다 나머지 세 개 중 두 개도 신금이므로 금의 기운 중에서도 음의 기운이 지배적이다.


금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그 고정성의 성격처럼 불굴의 의지와 자신감, 그리고 의기투합을 말한다. 그리고 가을의 숙살지기(肅殺之氣)를 품고 있으므로 단호한 결정력과 결실, 곧 성과에 대한 집착을 의미한다. 게다가 음금이니 좀더 실리적이고 끈질기며 섬세하다. 형상적으로는 경금이 큰 바위나 거대한 금속 덩어리라면 신금은 보석이나 수석 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남녀 막론하고 신금의 기운이 우세한 이들의 피부는 흰 편이며 얼굴은 오목조목하다.


또한 금은 전통적으로 재물을 의미해 왔으며, 재물에 대한 애착 또한 자신의 본질이다. 수많은 논란과 아름답지 못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을 서울시장에서 대통령으로 이끈 힘은 청계천 사업과 도로 교통 정비 사업에서 보여준 가시적인 실적과 부에 대한 욕구의 견인이라는 비가시적인 호소가 두 축이었다. 이명박과 그의 시대는 경제개발의 신화를 직조해낸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로 이어지는 금의 욕망의 종착지였다. 앞선 세 대통령의 명식이 양금의 기운이 지배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음금의 기운이 지배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신소영 기자
 
화가 개혁과 혁명의 기운이라면 목은 휴머니즘, 즉 인간 중심주의의 기운이다. 을목 일간의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선거의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먼저다’는 이 목의 본질의 현현이다. 하지만 금의 가치가 우선했던 시대엔 목은 언제나 멱살 잡혔고 억압받았다. 성과 앞에서 인권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렸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병화 일간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가 갑목과 을목, 목의 정치인들이었으며 (서울시장인 박원순 또한 목이 전체를 지배하는 목 전왕 명식이다) 처음으로 목의 대통령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참고로 지정학상 우리나라도 목의 기운이 우세한 지형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명박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4대강 공사를 밀어붙였고 자원외교 등 자신의 임기 내 ‘성과’에 집착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용신(用神)은 화이다. 하지만 그는 촛불의 소리에 귀 닫고 화를 꺼뜨리는 물 공사에 올인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임진대운, 물의 기운이 가득한 대운에 돌입하여 가뜩이나 약한 화의 기운은 바람 앞의 등불 처지이다.


한겨레 [ESC] 강헌의 명리하게 2018. 03. 21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371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