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


스티브 잡스. <한겨레> 자료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세기 말에 아이티(IT) 분야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21세기를 열어젖힌 인물이라는 데 아마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사업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만든 이들이다. 피시와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의 시대를 관통하며 세계 모든 이들의 행동 양식과 생활 방식을 일거에 바꿔 놓은 인물인 이 두 사람은 놀랍게도 1955년 미국 서부 출생의 동갑내기지만, 서로 부딪힌 적은 없는 기기묘묘한 관계이기도 하다.



여러 측면에서 이들은 대조를 이룬다. 빌 게이츠가 현실주의자라면 스티브 잡스는 완벽주의자에 몽상가다. 이 두 사람의 평전을 쓴 다케우치 가즈마사에 의하면 잡스는 개척하고 게이츠는 수확한다. 경영자로서의 잡스가 천국과 지옥을 오간 풍운아라면 빌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연착륙 이후 안정적으로 기업을 키웠다.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면 스티브 잡스는 하드웨어를 사랑했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고도 스티브 잡스의 하드웨어 사랑은 후퇴하지 않았으며 아이팟에서 아이폰까지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애플을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올려놓는 무지막지한 성공을 거두고 만다. 이에 비해 빌 게이츠는 제품의 완성도보다 비즈니스 기회를 중시하며 앞서가는 기업을 분석하고 개량함으로써 라이벌을 물리치는 안정적인 2인자 전략으로 경영의 안정화를 기조로 삼았다. 말하자면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게이츠는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출생 시점부터 배경이 달라도 매우 달랐다. 변호사 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빌 게이츠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나오고 하버드대학에 진학한 반면 스티브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블루칼라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도 우등생과는 거리가 먼 문제아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한창일 때라고 할 수 있는 57살의 이른 나이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뜬 것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사람의 사주 또한 흥미롭다. 지난주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선동렬 감독의 사주처럼 일주가 ‘간지충’(병임충 진술충)을 하는 일종의 앙숙 간이다.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다녔다면 매일 치고받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일주가 ‘간지충’을 하는 데다 두 사람 모두 ‘토’ 기운이 왕성하니 결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수 일간’의 빌 게이츠는 계산이 빠르고 치밀한 사주이며 ‘지지’는 ‘해수’ 안의 ‘무토’까지를 포함하면 ‘토’로 사주를 관통한다. 철저하게 내부 관리형의 현실주의적 판단 위에서 움직인다. 이에 비해 ‘병화 일간’의 스티브 잡스는 사주가 ‘화’로 관통하는, ‘신약’에 가까운 ‘중화’ 사주다. ‘수’ 관성이 극히 부족하니 ‘해수 대운’이 ‘인목’과 합을 하여 ‘목’으로 변화한다.

 

사주를 관통하는 강인한 ‘화’의 기운은 ‘토’ 식신을 생하여 왕성한 창의성을 분만한다. 컴퓨터 사업에서 밀려나고서도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인수하여 결국 성공을 거두고 디즈니사의 임원이 되는 것, 그리고 애플로 복귀하여 음악 디바이스인 아이팟으로 세계적인 흥행을 만들고 음악 산업의 플랫폼을 혁신한 것 등은 바로 이 식신의 강력한 기운 때문이다.



막대한 부를 쌓는 사주 명식을 두고 ‘재기통문’(財氣通門)이라 하여 지난 천년간 동북아시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재기통문의 기본 핵심은 ‘신왕’하고 ‘재왕’하며 그 가운데 ‘식상’이 유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첫째 전체적으로 ‘신강’하지 않아도 ‘일간’은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재물에 주체가 깔리지 않고 그 재물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성’도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재물의 기운이 강력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단 너무 지나쳐 ‘재다신약’이 되면 오히려 재물과의 인연이 박하다. 너무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소치이다. 그리고 비겁과 재성 사이에 식상이 흘러 ‘식상생재’, 곧 식상이 재성을 키운다면 그 흐름은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두 사람 다 ‘일간’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천간’과 ‘지지’에서 아름답게 ‘식상생재’를 이루고 있다. 대운의 흐름도 중요한데, 어릴 때부터 50대 중반까지 ‘용희신’인 ‘수목’으로 안정감 있게 흐르는 빌 게이츠가 조금 더 나아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포인트는 기부를 통한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는 인생의 정점인 '신사 대운'의 첫해에 부인의 이름을 따 빌과 멜린다 재단을 만들어 200억달러가 넘는 재산을 세계의 약자를 위해 기부했으며 530억달러가 넘는 자신의 재산 중 단 천만달러를 자녀들에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존경받는 인물 1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잡스는 기부에 반대하는 독특한 철학을 가졌다. 어쩌면 이것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아니었을까?

 

 


한겨레 [ESC] 강헌의 명리하게 2018. 12. 06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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