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후기] [연애공략법 후기] 기묘일주 남자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토에 불 하나 없고 물이 많은 친구에게 선물로 뭐가 좋을까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정화 (정사일주)에 물 하나 없는 불바다인 제가 이 친구로부터 심적 위안을 많이 받아 고마운 마음에 직접 만든 펜을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댓글과 조언을 따라 나무로 펜을 직접 만들어 보았지요.
뜨거운 사막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나무로 만든 펜에 조금이나마 따뜻한 기운이 담길까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공방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쁜 와인색 케이스에 담아 줬는데 속을 알수 없는 그놈의 미묘한 얼굴표정에서 도대체 마음에 드는건지 아닌건지 직설적인 정화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 술을 먹일 수 밖에...)
결론적으로는 그 친구도 제가 좋다고 조심스레 얘기하더군요. 기묘일주 남자란. 그 대답까지 참으로 오래걸렸구나.
기묘일주편에서 기묘일주 남자에 대한 강헌 선생님 지산 선생님의 설명은 참으로 일관되었습니다. 까다롭다.
예전부터 확실히 까다로운 놈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 (기묘일주편 들어보시면 몇번을 강조해서 얘기하시는 그 까다로움..)
깔끔하고 정돈된걸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일을 하는 이 친구는 책도 예쁘게 잘 꽂아놓는걸 좋아합니다.
자기 의견을 조리있게 정리해서 얘기하거나 기록하는것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역시라는 분야를 공부해서 그런가 관찰하고 그걸 항상 적어놓고 여러 책을 읽으며 공부도 합니다. 저도 그런 그 친구의 모습이 좋았나봅니다.
그 친구는 몇시간동안 책 얘기를 하고 자기 관심사 얘기를 같이 할 수 있는 저의 그런 면에서 꽂혔다고 하더군요. (후후. 아이 좋아라)
평소에 연애관이 어떠냐, 어떤 여자가 좋으냐 물어봐도 "별거 없어" 라고 일관하던 놈이지만 분명 자기가 원하는 디테일은 있습니다. 그 디테일이 어찌저찌 맞다보니 같이 만나서 뭐 얘기하고 행동할때마다 신나서 눈에 빛나는게 보입니다. 얼마나 귀엽던지. 하지만 자기의 영역이 확실하다보니 정말 친해진 사람이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 취향은 뭔지, 뭐에 꽂혀있는지 절대 말 안해주더라구요. 하지만 몇 번 만나서 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유도심문을 하며 알아간 끝에 그 울타리를 넘은 것 같습니다.
원래는 작은 모임에서 만나 얘기만 하던 사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역사학 강의를 하고, 저는 엔지니어 입니다. 뭔가 다른 세상에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서로 일에 대해선 노터치) 관심사나 좋아하는 음식이나 세계관도 비슷하다못해 너무 닮아 말이 잘 통하는 친구였습니다. 서로 가는 숨은 맛집도 같고, 같은 연주자의 연주회도 다녔더라구요. 워낙 비슷한 그 친구에게, "그래 뭐, 이번에 해외 파견 나가면 언제 어떻게 볼지 모르는 사이이니 좋아하는 티나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불렀습니다.
펜 선물도 주고, 평소처럼 수다도 떨고 술도 쭉쭉 들어가니 속마음도 조금 내비치더라구요. 자기도 내가 좋은데 해외 파견 근무가 많은 저의 미래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 역시 뭔가 확실한걸 좋아하나봅니다. 2,3년 후에라도 한국에서 쭉 자리잡고 살 생각이 있고 그런 목표가 확실히 정해진다면 정말 진지하게 만나볼거라면서... 한숨 푹푹 쉬고 아쉽다, 안보면 보고싶다 하면서도 확고함 때문인가 손 한번을 안잡아주네요. 이눔시키..
극신약인 이 친구는 과거 연애경험을 봤을때... 여자가 "야 이정도면 키스는 해야하는거 아니냐?" 정도까지 밑밥을 깔아야 움직이던데 왠지 저도 말려든 것 같아 뭔가 진 느낌이네요... (하지만 그러고도 키스도 못함) 뭐 여튼. 서로의 감정을 알았으니 된 것 같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아니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너의 감정을 더 절절하게 얘기해야 하는거 아냐? 쪼금이라도 아쉬운 척을 하든가!" 할텐데.. 이번엔 요상하게 차인거 같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허허.
실리를 챙기는 정사는 어쨌든 해외파견을 나왔습니다. 사주를 떠나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거 같으니 일단은 2,3년의 훈련기간과 파견근무 후에 계속 해외에 나와 있을것인지 한국으로 돌아갈것인지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친구와는 계속 썸같은 썸을 타고 있고 매일매일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언제 올거냐 툭툭 물어보는 질문에 움찔합니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선사해준 이 놈생각에 한국으로 가야하나 싶기도 하고... 한국에도 뭐, 제 일자리는 있겠죠. 확실히 해외와 비교하면 더 성장할 기회는 적을것 같지만서도.. 뭐 그건 2년 후에 고민해보도록 하려구요..
술 한잔 하고 술기운에 너무 자잘한 TMI까지 얘기해버린 것 같지만.
공략하지 말라는 기묘일주 남자와 어찌저찌 썸타고 있는? 정사일주녀의 주저리였습니다.
하 내일이면 글쓴거 후회하겠지.
바나나주스2020.09.13 06:15
마치 육성으로 듣는 듯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ㅋㅋ
썸타시는 썰에 제가 다 설레네요 ★
두 가지 '관'을 두고 선 양자택일의 딜레마가 살짝 느껴지네용.
이왕이면 실리와 사랑 그 사이 어딘가 타협점이 있기를 바래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타지에서 건강히 행복하게 지내시길!
이스턴샤인2020.09.09 08:28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역시 기묘에겐 술인가요?(제가 기묘일주 남자 입니당ㅋㅋ)
제가 그 남자분을 잘 알지 못하지만 단순히 기묘의 시각으로 보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망설여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결혼과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분들을 만나면 언제 결혼하지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것때문에 결혼을 몇년 안에 못할 것 같으면 못만나겠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랬는지 좋은 분들 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오 멍충이ㅋㅋ)
그래서 아마 스킨쉽도 안한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소심해가지고 말이죠.
그래서... 2년뒤엔 같이 있자 라던지 계획을 같이 세워 보시면 어떨까요? 평생 함께 할거면 몇년 떨어져 있어도 사실 별거 아니죠 ㅋ
근데 하필 기묘에 꽂히시다니... 착하지만 편관은 편관이거든요 ㅋ
이쁜 사랑하세용^^❤️
긍정태리2020.09.09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