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사주로 예상해보는 도널드 트럼프 재선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이 묻는다. 올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명리학으로 나라의 운세, 곧 국운을 예측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1000년 전 중국의 송나라 시대에 현재 명리학의 뼈대가 된 자평 명리학의 틀이 갖춰지면서, 명리학은 주체로서의 개인에 초점을 조준했다. 전생도 내세도 아닌, 살아 있는 동안의 한 개인의 삶이라는 프레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개인이, 특히 그 사람이 조직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지닌 리더라면 그 집단의 운명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조직에서 리더 한 사람의 변화나 교체를 통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절대 군주 체제의 왕정이라면 그 군주의 운명이 왕조와 국가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막강할 것이다. 그러나 공화정에서 재임 기간이 정해져 있는 통수권자 개인의 힘으로 국가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면 그 체제는 아직 견제와 균형의 묘를 지니지 못한 성숙하지 못한 단계의 공화정일 터이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요소로 엉키고 엉킨 국가 전체의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정한 의제로 범위를 좁힌다면 최종 결정권자의 기운과 그 기운이 빚어내는 의지가 의미심장하게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한반도 전체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한정해서 본다면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한 사람의 운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트럼프 명식.


 

이해당사자인 남북한 양 국가의 의지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면 좋으련만 한반도 평화는 그 불행한 대결의 역사만큼이나 주변국의 국제적 이해와 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난도의 의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은 한반도 평화로 가는 첫 단추이자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이며, 이 단계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고 바로 그 미국의 최종 결정권자가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본격적인 공화정의 문을 연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이례적인 것을 넘어 참으로 이색적인 인물이다. 그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예측 불가능’이다. 한 사람의 캐릭터가 일관되지 못하다는 것을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일관되게’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막강한 자아여야 가능한 일이다.



주체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주체의 기운이 주체 밖의 세계를 압도하는 성향을 명리학에서는 ‘신강’하다고 말하고 그 반대를 ‘신약’하다고 한다. 트럼프의 명식을 보지 않아도 그가 신강함을 넘어 극신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명식은 ‘극강’하다. 특히 아랫단 지지는 ‘오술합 오미합’하여 ‘불바다’인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과시적인 그의 애티튜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게다가 일주는 ‘기미일주’, 즉 자기에게 힘이 있다면 비타협적인 독선을 굽히지 않는 스타일이다. 힘을 지니지 못한 ‘기미일주’는 의외로 움츠러들고 주변의 눈치만 본다. 이들은 자신만 믿거나 극소수의 혈육 혹은 충성스러운 부하만 믿는 경향이 강하다.



41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의 사주를 모두 훑어보았더니 ‘일간’은 오행 중에서 중앙 권력을 의미하는 ‘토’가 단연 1위였고 그중에서도 현실적인 ‘기토’가 명분을 중시하는 ‘무토’보다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트럼프와 같은 ‘기미일주’가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렇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신일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가짜 사주일 가능성이 거의 100%이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특정 자녀에 대한 무한 신뢰이다.



트럼프 사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연주’부터 4주를 관통하는 불의 기운이다. 불은 과시성이 높고 예측불가능하며 휘발성이 강한 데다 격정적이다. 사업가로서의 트럼프는 네 번이나 도산했지만, 손실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갔고 자신은 큰 손해를 입지 않았다. 사업가로서는 최악이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공인 엔터테인먼트이다. 사업가 트럼프였으면 그는 결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희신’인 ‘신축대운’에 역시 ‘희신’인 병신년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기신’인 지난해 무술년에 하원을 잃어 그의 국내 정책은 제동이 걸렸다. 고집불통의 ‘셧다운’으로 버티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못하다. 그는 결국 외교에서 승부하려고 할 것이다. 올해 기해년은 특히 하반기로 가면 ‘용신’인 ‘해수’가 들어온다. ‘해수’는 해외를 의미하니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선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상반기엔 뚜렷한 결실이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절체절명의 큰 판을 앞에 두고 그는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까지 버틸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성급하면 판은 깨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대통령이나 북한의 국방위원장 모두 인내할 수 있는 인성이 강하다. 가장 예측 불가능한 상대를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끝
 

 

한겨레 [ESC] 강헌의 명리하게 2019. 02. 13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820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