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치명적 변수’ 케네디 없었다면…마릴린 먼로는 어떤 삶 살았을까


마릴린 먼로. <한겨레> 자료 사진

 


<타임>지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의 한 사람으로 꼽은 이 여성의 명식은 한눈에 보아도 참으로 흥미롭다. ‘신유 일주’를 중심축으로 ‘목화’의 뜨거운 기운과 ‘금수’의 차가운 기운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며 이 둘 사이를 중재할 ‘토’의 기운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이 명식처럼 롤러코스터적인 삶의 극단을 오가다 요절한 이 사람은 아마도 겉으로 보이는 인상 및 통상적으로 알려진 평판이 그 사람의 실체 혹은 본질과 가장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지목해도 될 만한 사람이다.



프랑스 지성인 에드가 모랭은 그의 책 <스타>를 통해 20세기 대중문화사에 등장한 주요 개념인 ‘글래머’의 탄생이 ‘굿-배드-걸’(good-bad-girl)’에 닿아 있다고 말했다. ‘굿-배드-걸’은 처음엔 경박한 옷차림과 대담하면서도 암시로 가득 찬 태도로 무장한 섹스어필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요부’의 본질과 동일하지만 그 사람을 알아갈수록 그녀가 순수한 영혼과 천성적인 착함, 그리고 약자에 대한 헌신적인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요부’나 ‘팜므 파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이 ‘굿-배드-걸’의 대표적인 캐릭터가 이 명식의 주인공인 마릴린 먼로이다.



‘섹시하다’라는 형용사가 존속하는 한 그녀의 이름과 이미지는 끝없이 다시 태어날 것이다. ‘신유 일주’는 남녀 모두 피부가 희고 조각 같은 에지를 지닌 미남미녀가 많다. 꼭 미남 미녀가 아니더라도 강렬하고 선연한 이미지의 마스크를 지닌다. 모나코 대공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나 귀네스 팰트로 같은 세기적인 여배우들이 모두 ‘신유 일주’이고 우리나라의 배우 송중기 또한 ‘신유 일주’이다.

 

마릴린 먼로 명식.

 

귀네스 팰트로가 왠지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마릴린 먼로의 트레이드마크는 다름 아닌 백치미다. 하지만 귀네스 팰트로가 상식을 벗어난 일련의 발언과 행동으로 ‘1억 안티 팬’을 불러온 인물인 데 반해 마릴린 먼로는 비록 불우하기 이를 데 없는 유년 생활을 보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백치’가 결코 아니다. 시장과 언론이 그녀에게 원한 것이 ‘백치미’였으므로 그녀는 영화사와 언론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연기’를 했을 뿐이다.

 

실제의 먼로는 인품과 지적 매력 그리고 유머 감각까지 지닌 놀라운 여성이다. 그녀의 놀라움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애티튜드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스타가 되고 난 뒤에도 흑인 아이들과 한 컵의 아이스크림을 스스럼없이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아직 흑인 민권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195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양부모에게 성추행당한 과거를 고백하며 여성운동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정치적으로 오로지 순응을 강요받았던 매카시즘 시대에 인종과 성별에 대한 차별을 수용하지 않은 매우 보기 드문 여배우였다.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존 에프 케네디라는 당시 진보의 상징적인 인물과 은밀한 연인관계를 맺게 된 것도 그저 권력자와 여배우 간의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글래머 코미디 스타로 그의 커리어 대부분을 할애했다. 하지만 먼로는 그저 대중성과 인기만을 쫓는 여배우가 아니었다. <벤허>가 작품상을 탄 196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뮤지컬 코미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주인공을 맡았던 그녀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명배우 잭 레먼은 먼로의 상대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연기의 신이라고 불렀던 로렌스 올리비에도 화려한 외면에 가린 먼로의 지적 재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위탁 부모가 떠넘기다시피 한 16살의 어이없는 결혼 생활을 뺀다면 그녀의 두 번째 남편과 세 번째 남편은 20세기 미국의 문화를 양쪽에서 대변하는 야구 스타 조 디마지오와 극작가 아서 밀러다. 이 둘과의 결혼 생활은 길지 못했고, 두 사람 다 먼로가 죽고 난 뒤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있을 때 잘하지 쯧쯧. ‘정관’은 ‘육친상’으로 여자에게 남편이다. 너무 과다한 남편 복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신금’과 ‘경금’이 대운으로 오는 ‘19 대운’과 ‘29 대운’에서 먼로는 세기의 스타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사화’를 더욱 타오르게 만드는 ‘인 소운’에 들어 ‘사화’가 역시 두 개에다 ‘미토’가 두 개로 불바다를 이룬 케네디를 만나면서 팽팽하게 균형을 이뤄오던 ‘신유’의 ‘일주’가 순식간에 녹기 시작했다. 약물의 과용으로 촬영 스케줄을 연달아 펑크 내면서 업계의 평판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의문의 변사체로 자택에서 발견된다. 그의 나이 고작 37살이었다. 이듬해엔 케네디 역시 암살당하면서 이들 커플은 지상에서 사라진다.



사실 먼로 한 사람의 명식만을 본다면 이렇게 요절할 운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케네디라는 변수가 질서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아직도 마릴린 먼로가 정치적인 이유로 타살되었다는 의문이 종식되지 않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죽지 않는 아이콘이 된 마릴린 먼로.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등장인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먼로에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스펠링은 아느냐고 비아냥거린 기레기들에게 먼로는 자신은 ‘샤넬 넘버 5’를 입고 잔다는 우아한 위트를 날렸다. 우리는 모두 별이고 반짝일 권리가 있다. 먼로가 남긴 말이다.

 



한겨레 [ESC] 강헌의 명리하게 2018. 10. 12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65543.html

세 미2019.10.27 19:13

감사합니다 ^^